육식
link  미세스약초   2021-04-14

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동물은 대체로 음식의 형태를 띠고 있다.
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동물을 얼마만큼 어떻게 먹어야 할까?
애초에 특정 동물을 먹을 권리는 있는 것일까?
육식의 방식 및 정당성에 대한 고찰이야말로 우리의 자연관과 인간관을 극명하게 드러낸다.
먹는 것보다 절실한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.
어린 시절 둘째형의 처형에 충격을 받아 평생 관직을 맡지 않고 세습받은 땅에서 꿀벌과 닭 따위를 기르며 학문에
전념한 실학자 이익 역시 자신만의 자연 관찰기와 고증학적 지식을 담은 책 '성호사설'에서
육식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.

백성은 나의 동포이고 만물도 다 나와 같은 종류이다.
그러나 초목만은 지각이 없어 혈육을 가진 동물과 차별이 있으니 초목을 취하여 삶의 밑천으로 삼을 수 있지만
날짐승, 길짐승 같은 것은 그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마음이 사람과 같은데
어찌 차마 해칠 수 있으랴?
이치로 따지면 사람을 해치는 동물은 사로잡거나 죽일 수 있겠고 , 또 사람에게 길러지는 동물은 나를 기다려 성장했으니
나에게 희생 될 수 있다 하겠지만, 저 산 위이나 물속에서 저절로 생장한 동물이 마구 사냥과 그물의 독을 당하는 것은
무엇 때문일까?
어떤이가 "만물이 다 사람을 위해 생겨났기 때문에 사람에게 먹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."고 했더니
장자가 듣고 말하기를 "그렇다면, 이가 사람을 물어 뜯는데 사람이 이를 위해 생겨났느냐?"고 하였으니
그 변론이 또한 분명하다.

또 누가 서양사람에게 "만물이 다 사람을 위해 생겨났다면, 사람이 먹지 않는 저 벌레는 왜 생겨났느냐?" 했더니
그는 "새가 벌레를 먹고 살찌는데 사람은 새를 잡아먹으니 이것이 바로 사람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."하니
이 말 또한 꾸며댄 말이라 하겠다.

나는 늘 불가에서 힘쓰는 자비 한 가지를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마 옳은 것 같다.
"대동의 풍속은 성인일지라도 고칠 수 없다. 사람이 처음 생겨날 때부터 동물의 피를 마시고 그 털과 가죽을 입은지라,
이렇게 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살아가겠느냐 ?"하여 그 힘이 미치는 대로 한 것이 곧 풍속을 이루었다.

앞서 이미 그렇게 한 것을 뒤에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동물의 고기는 늙은이를 봉양하는데 쓰고,
제사를 받드는 데 쓰고, 손님을 접대하는데 쓰고 , 병을 치료하는데 쓰니
어떤 한사람의 견해로도 갑자기 폐지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.

만약에 성인이 일찌감치 오곡상마(농사짓고 뽕나무와 삼을 재배하던 시절)의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부터 아예 고기 먹는
풍습을 없앴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살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.
그렇다면 이것이 대개 군자로써 부득이한 일인 만큼 , 역시 부득이한 마음으로 먹어야 족하리라.
만약에 함부로 살생을 자행하거나 기탄없이 욕심만 채우려 한다면
그 결과는 약자의 살을 강자가 뜯어먹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.



- 이익의 '성호사설' 식육, 한국고전번역원, 이진영옮김-
유학자의 동물원(이진영 저)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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